나를 무너뜨리는 건 다른 사람이지만, 나를 살리는 건 몇 번이고 나여야지.
그렇게 무너지지 않고 살아야지, 오늘도.
막바지 원고 작업에 한창이던 날, 아끼는 친구에게서 지금 뭐 하고 있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금 원고를 쓰고 있는데, 대체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푸념 섞인 답장을 보냈죠. 그러고서 휴대폰을 뒤집어놓고 글 쓰는 일에 집중하다 한참 뒤에야 그 친구가 보내온 답장을 읽게 되었는데.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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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잘할 수 있어.”
“잘 안 써지면 눈 감고 좀 쉬어. 네가 좋아하는 일에 스트레스 받지 마.”
살면서 어떤 순간에도 나를 믿어줄 수 있는 친구 한 명만 있으면 그 인생은 성공한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았고, 그 사람들과 평생 함께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죠. 내가 받는 것이 없어도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었고, 이런 마음을 언젠가는 그들도 알아줄 거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실망은 점점 더 커져만 갔고, 나만 노력해야 하는 일방적인 관계는 너무도 당연해졌습니다. 더는 필요할 때만 찾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저 시간 날 때 심심해서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일부러 만날 만큼 중요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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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주변에 있던 대부분의 인간관계를 정리했습니다. 여기서 정리를 했다는 말은 무작정 연락을 하지 않고 연을 끊었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들과 나의 관계는 여전히 오랜만에 연락을 하면 웃으며 안부를 물을 수 있고, 어쩌다 한번 얼굴을 보며 밥을 먹을 수 있는 사이로 남아 있지만, 예전처럼 나 혼자 애써가며 그것을 유지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끝나는 사이라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언젠간 끝을 보게 될 것임을 이제는 알게 됐으니까요.
진짜 친구는 상대방의 마음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그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을 응원할 수 있으며, 힘든 상황에서 모른 체 하지 않고 각자의 일상을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만남의 횟수나 연락의 빈도 같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순간에 함께하더라도 불편하지 않고 숨김없이 나를 드러내도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없어야 하기 때문 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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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나를 믿어주었던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습니다.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인사처럼, 넌지시.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가 노인이 되더라도, 지난 시절을 추억하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사이가 되기를 기도하며.
“나는 언제나 너의 모든 선택을 지지해.”
(출처: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