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울 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아요.

특히나 "힘내."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힘이 더 빠지는 기분이에요.

힘이 나야 힘을 내지,

어떻게 힘을 내라는 건지 답답하기도 하고요.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상대방의 말을 소화하기가 어려운 거지요.

만약 누군가의 위로와 격려가 고깝게 들린다면,

내가 아직은 여유가 없다는 점을 떠올리고 잠시 그 말은 묻어 두기로 해요.

조금 여유가 생겼을 때 다시 꺼내면 보일 거예요.

그 사람의 말 속에 담긴 진심 말이에요.

 

나더러 힘내라고 말하던 그 말 속엔 해 주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서투르게 꺼내놓은 진심이 담겨 있을 거예요.

 

- 안또이 저, <오늘도 잘 지내면 그만!> 중에서

 
 



 

 

상황은 늘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변하고,

어제의 나의 편이 오늘에 와선 나의 적이라며 혀를 내민다.

나에게 모든 것을 이겨내도록 한 사람이

내가 맞설 수 없는 상대가 되어 나를 무너뜨렸던 것처럼.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믿어야 하는 걸까.

항상 어긋나고 엇나간다.

 

내가 아파하면 그가 보고만 있을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내가 아파하면 다시 돌아와 줄 거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언제나 그렇게 뻔하게 어긋난다.

 

늘 시궁창같이 떨어지는 삶을,

한숨 한숨이 후회가 되는 삶을 놓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앞뒤 없는 희망이라도 있어야 했다.

괴리는 갈수록 깊어지고 금은 틈이 되어 부서질지도 모른다.

늘 알 수 없는 간극에서 어쩔 줄 모른다.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는 끝끝내 알 수 없을 것이다.

 

부서지고 유약한 부분은 끝없이 부서져 절대로 단단한 부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늘 그 가장 유약한 부분으로 인해 가장 강인한 부분이 생긴다.

 

- 김정인 단상집, <나를 앓던 계절들> 중에서

정리를 잘한다는 건

쓸모없는 것들을 가지런히 놓아두는 일이 아니라

필요 없는 것들을 잘 버리는 거야.

 

마음을 정리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버려야 할 것들을 끌어안고서

마음을 고물상으로 만들지 마.

 

마음에 너무 많은 것을 쌓아두면

정작 소중한 것이 생겼을 때

놓아둘 곳이 없어서 놓쳐버릴지도 몰라.

 

누군가 너의 마음 안으로 들어와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마음의 공간을 넓게 비워두도록 해.

 

- 김재식 저, <사랑하게 해줘서, 고마워> 중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바쁘다고 자부하는 30대 여성들.

이 시대 최고의 광고쟁이를 꿈꾸는 5년 차 회사원,

아기 엄마이자 공무원, 이직을 준비하는 스타트업 기업의 대리.

대학교 때는 매일 붙어 다녔는데 지금은 세 달에 한 번 몰아서 겨우 만난다.

 

광고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자리에 앉자마자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원래 늘 우리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조용한 친구인데 쌓인 게 많았나보다.

직속상관이 자기를 그렇게 괴롭힌다는 거다.

진작 마쳐야 될 프로젝트를 마감 한 시간 앞두고 넘기고,

주말에 전화를 안 받았다고 숨도 못 쉬게 쏘아 붙여

탈모 병원까지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가고 싶던 회사인 데 지금 당장이라도 때려치울 판이란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던 한 친구가 묻는다.

 

“그래서 안 다닐 거야? 그거 아니잖아!"

 

직장인은 누구나 가슴 속에 사표 한 장을 넣고 다닌다.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모든 직장인들은 공감하겠지.

짜증이 머리끝까지 차올라도 어차피 힘들지 않은 회사는 없으니까.

한때 직장인이었던 나의 현실적인 조언은 딱 하나다.

 

존버정신.

직장인들이여! 오늘만 버티시라!

토요일은 반드시 돌아온다!

 

- 장예원 저, <클로징 멘트를 했다고 끝은 아니니까> 중에서

 

 

한 사람을 생각하며

눈부시게 밝은 아침을 맞고

 

한 사람을 생각하며

뜨거운 태양 아래 땀 흘리는 기쁨을 안다.

 

모든 것이 고요해진 깊은 밤,

한 사람을 생각하며 눈을 감는다.

 

그냥 그런 날들이 너를 만나

살아 있는 하루가 된다.

살고 싶은 하루가 된다.

 

- 김재식 저, <사랑하게 해줘서, 고마워> 중에서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엄마와 나만 아는 맛의 추억.

 

나와 엄마와의 기억은 대부분 조그만 부엌 안에 채워져 있다.

열다섯 평 작은 집의 더 작은 부엌에서도,

쭉 뻗은 두 팔보다 더 긴 지금의 부엌에서도

싱크대에서부터 식탁까지 세 걸음이 채 되지 않는 공간 속에

웃음과 눈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엄마가 더 이상 음식을 못하게 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여겼던 엄마의 집밥이 불현듯 생각나곤 한다.

 

냉장고 가득 채워져 있던 색색의 나물반찬,

이제 막 완성되어 뜨끈하고 구수한 밥 냄새,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온종일 쭈그려 앉아 속을 채운 김장김치.

 

이제 그 장면들은 기억 한구석에 박제되어

이따금 가슴을 뻐근하게 만든다.

 

- 진채경 저, <엄마의 부엌> 중에서

 

 

언젠가 자기는

사랑은 글로 표현해야 한다더니

"이런 날은 영화 봐요" 라는 말로 대신합니다.

 

사랑은

사진을 찍어 기념해야 한다더니

"이런 날은 우산을 쓰고 둘이 걸어요" 라며 우산을 펼칩니다.

 

사랑은

사람들에게 자랑해야 한다더니

"쉬~잇 누가 볼까 봐요" 라고 속삭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종이 대신 마음 안에

사진은 우산 안에 선언은 우리 영혼에

쌓고 새겨 갑니다.

 

세상 그 누구라도

지울 수도, 앗아갈 수도 없도록

우리는 마음과 영혼에

 

사랑을

깊이깊이 새겨 둡니다.

 

- 마종필 시, <영원한 사랑>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영화 〈기생충>을 보면

계획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지만

불 꺼진 영화관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결심했다.

 

멋대로 살기로.

하고 싶은 거 하기로.

무엇보다

무계획이 계획인 것처럼 살기로!

때로는

계획 없이 살아도

괜찮아.

 

- 장예원 저, <클로징 멘트를 했다고 끝은 아니니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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