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는 스무 살에 꿈꾸던 나와 얼마나 닮아 있을까.’
지난 세월을 천천히 돌아봤다. 그때 부암동 언덕에서 친구와 마음 놓고
미래를 그려 볼 수 있었던 건 내심 마음먹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서울 어딘가에 있는 오피스텔에 살며
유명한 대기업 중 하나에는 취직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자신감.
어느 대학생의 마음에 있던 것이 나에게도 존재했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다고 그때는 정말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매 순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 사회에서
그런 막연한 믿음만으로 이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에는 정말 그냥 얻어지는 것이 없었다.
언제까지 스무살 적 부암동에서의 그날처럼 넋 놓고
밤하늘의 별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었다.
현실의 절벽 앞에서 내가 선택한 것은 막연한 꿈이 아니라 윤택한 생활이었다.
공자는 서른의 나이를 '이립'이라고 일컬었다.
이립은 마음이 확고하여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른 즈음이 되면 더 이상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몸도 마음도 온전히 설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른이라는 숫자에 얽매이고 싶지 않지만 이립이 가진 좋은 뜻은 받아들이고 싶다.
서른의 무게가 유난히 버거운 날.
시들해진 몸을 이끌고 홀로 밤 산책을 가려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웃음이 났다. 밖을 나서기 위해 신은 운동화가 평소보다 가뿐했다.
- 김혜안 에세이, <시선이 닿는 모든 순간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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