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전과 등단 직후, 외로웠을 때를 생각해 봐.
지금은 너무 감사하지. 쓸 수 있어서.

우리는 배 속에 부드럽고 따뜻한 물고기 하나 지나가는 것처럼
그 사실 하나로 안심했다. 그렇게 서로를, 그리고 자신을 위로했다.
어떤 계절엔 하루에 두 세 꼭지씩 원고를 써내기도 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카메라를 들고 취재 다니느라 밥 먹을 시간도 없다.
또 어떤 계절엔 꼼짝 않고 누워 며칠간 밖에도 나가지 않는다.

어떤 계절엔 적금을 깨서 등록금을 내고,
또 어떤 계절엔 미친 듯이 책을 읽고 시를 쓴다.
어떤 계절엔 늦은 마감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또 어떤 계절엔 아무도 없는 영화관에서 훌쩍인다.
어떤 계절엔 감사한 마음이 떠올라 용기 내어 장문의 문자를 보내고,
너무너무 외로울 땐 좋아하는 동료들을 찾아가 맥주를 마신다.

어떤 계절엔 아무 기차나 타고 낯선 동네에 내려
골목을 샅샅이 걸으면서 살고 있다.
여전히 가난하고 여전히 계획 없고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
진심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손미 저,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 중에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