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김수영 시, <풀>
'하루1분, 행복하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늘 나는 다시 태어났다 (0) | 2024.11.17 |
|---|---|
| 문제의 해결은 언제나 당신에게 달려 있다 (0) | 2024.11.16 |
|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의 의미 (0) | 2024.10.09 |
| 특별하지 않다고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0) | 2024.10.03 |
|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괜찮아 (1) | 2024.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