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몸 싣고
가파른 비탈 오른다
땀이 팥죽이 되어 흐른다

턱이 틀리고 팔이 휘어 뒤뚱 뒤뚱
몸을 움직인다
걷고 걸어도 그 자리 맴돈다

눈꺼풀 닫혀 하늘 못 보면서
더듬이 지팡이 의지해 한 발짝씩 발을 뗀다
손끝이 눈이 되어 여기저기 살피지만
꽃도 하늘도 까맣기만 하다

입을 열어도 한마디 말 나오지 않으니
수화와 필담으로 겨우 얼굴 편다
가슴 치며 토로한 심장의 소리가
허공을 떠 다닌다

눈과 귀와 사지 온전한 사람 보면
부러워 눈물 쏟지만
그들과 견주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는 포기한다
그리고 용서한다

장애인 곁에서 천사동무 지켜주고
김밥 할머니 주머니에서 나온
청화(淸貨)가 새옷 되어 다가온다

장애인의 날에
장애인도 울고
천사동무도 울고
김밥할머니도 울었지만
그들은 이내 환하게 웃었다

 

– 염홍철의 시 <함께 웃었다 – 장애인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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