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걷는 길

 

곳곳에 피어나는 꽃들을 발견하고

 

여름에는 청량한 바닷가로 떠날 생각에

마음이 시원해지고

 

가을에는 붉고 샛노랗게 물든 단풍들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짐을 느끼고

 

겨울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하얀 눈이 기다려지는

그런 삶을 살게 해 줘서 고마워.

 

-이규영 에세이, <좋은 날이야 네가 있잖아> 중에서

 

출처: 행복한가

 

무지개를 담기도 별을 담기도
했겠죠

비록
이젠 품에 있지는 않아도

품었던 그 온기
잊히지 않아서

평생
따뜻하게 감싸주나 봐요
엄마는,

-서은종 저, <네모 마음> 중에서

 

꽃은 저마다 피는 시기가 다 다르다.
개나리는 개나리대로, 동백은 동백대로
자기가 피어야 하는 계절이 따로 있다.
모두 자신의 때를 기다렸다가 피어난다.

늦지 않았다. 조급해하지 마라.
아직 당신의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괜찮다.

현재의 노력은 성공의 거름이 되어
훗날 누구보다 예쁘게 피어날 것이다.

잊지 말라.
다소 늦더라도 그대는 반드시 예쁜 꽃을 피울 사람이다.

-박찬위 저, <한번 뿐인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중에서

누구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사람 일이란 그렇다.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무모하고 도전적이다.

나를 시험하자.
이 수십억 인구 중 그저 1을 보태는 나를 증명하자.
오롯이 나만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다.

나에게 던져지는 주변의 그 수많은 말에 대해 증명 하는 방법은,
그 수많은 말을 이기는 방법은 단 하나다.

버티는 것. 끝까지 버티는 것.
인생이라는 길 끝에 너의 말이 있을지 나의 말이 있을지
버티다 보면 알게 될 일이다.

그러니 끝까지 버텨내시길.

– 쏭즈 에세이, <나는 네가 올 때마다 주워 간다> 중에서

이혼율이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혼 할 경우, 당사자들이 입을 타격뿐 아니라 두고두고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까지 생각하면 정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그러나 이혼하지 않았어도 한 지붕 밑에 살아도 이미 마음이 남처럼 되어버린 정서적 이혼(emotional divorce)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할 때 주위 사람들에게 보였던 그 밝고 화사한 웃음은 다 어디로 가고, 왜 등을 돌리고 살거나 험상궂은 얼굴로 반목과 투쟁을 일삼아야 하는 걸까요?

 

“결혼은 해도 후회, 하지 않아도 후회,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라고도 하죠. 이런 말들은 결혼생활에 실패한 사람들이 자신의 실패를 변명하거나 책임전가하기 위해 지어낸 말일지 모릅니다. 또한 이 말은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에 위안으로 삼기 위해 붙들고 있는 말이기도 한데요. 제대로만 산다면 결혼은 결코 후회할 일도 아니고, 사랑의 무덤이 될 수도 없습니다.

“왜 결혼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사랑 때문에 결혼한다고 합니다. 결혼하기 전 상대방에게 홀딱 반했거나 눈이 멀었을 때 흔히들 ‘사랑에 빠졌다’고 하죠. 사랑에 빠졌을 때는 상대방을 바로 보지 못합니다. 상대방을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이상화시켜 지각하기 마련인데요. 하지만 이러한 사랑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고작 6개월, 길어도 3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프랑스의 심리학자 Loudin은 이혼이 급증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비현실적 환상을 통해 부부관계를 맺게 한 로맨틱 러브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로맨틱 러브는 일시적 정서적 충동이지, 결코 진정한 사랑은 아닐 것입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결혼 전 상대방에게 건 기대가 높을수록 후에 겪게 될 좌절 또한 깊은 법이니까요.

 

사랑에서 결혼하지만 여기서 그냥 머물면,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숱한 문제들이 고개를 들고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결혼한 후 겪게 될 문제에 대처할 기술을 가르치는 일은 극히 보기 힘듭니다. 혼수 준비에는 온 가족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도, 아름답고 풍요한 부부의 삶을 가꾸어 나갈 기술을 배우거나 가르치는 일에는 지극 히 소홀한데요. 두 사람이 만나 처음으로 망망대해로 떠나는데, 나침반 하나 준비해주지 않고 그냥 ‘우연’ 에 맡기고 떠나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머물지 말고 성숙한 사랑으로 가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부부의 가장 주요한 발달과업일 테니까요. 성숙한 사랑을 가꾸어 나가려는 자세만 있으면 그야말로 결혼은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보장해 줄 것입니다. 성숙한 사랑은 어쩌면 단 시간에 느끼는 달콤한 사랑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기나긴 배려와 인내일지 모릅니다.

 

성숙한 사랑을 하려면 먼저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배려란 나보다 상대방의 안녕과 복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성숙한 사랑을 하려면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하는데요. 존중을 뜻하는 영어 ‘respect’는 희랍어 ‘보다‘에서 나왔습니다. 상대방을 존중한다면 상대방의 좋은 점과 강점, 나아가 경탄할만한 점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나에게 원하고 기대하는 것까지 볼 수 있습니다. 성숙한 사랑을 하려면 지식을 발달시켜야 하는데요. 상대방의 욕구와 가치와 감정을 알 수 있을 때,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증진됩니다. 성숙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하는 말 뿐 아니라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감정까지 듣습니다. 성숙한 사랑을 하려면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발달 시켜야 합니다.

 

사랑이란 나눔이요, 나눔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나를 드러내고 상대방이 자신을 드러낼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신비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이란 그야말로 사랑이 머물고 꽃필 수 있는 비결인 것이죠.
결혼이란 부부가 함께 자아실현으로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이러한 여정은 사랑만으로 충분합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성숙한 사랑입니다. 우리가 몸을 가꾸는 노력의 몇 분의 일이라도 성숙한 사랑을 가꾸는 데 바친다면, 우리의 가정은 참으로 아름답고 풍요한 정원이 될 것입니다.

출처: 행복한가

감정을 묵힌다.
묵.
즉각 발산하지 않으려 한다.
묵.
그저 묵힌다.
묵.

화가 날 것 같은 느낌이 사라질 때쯤
묵힌 후에 다시 꺼내 본다.

기다린다.
다 지나간다.

-임에스더 저, <나도 안아주면 좋겠다> 중에서

 

출처:행복한가

고향 집 열쇠는 늘 문간 옆 납작돌 아래에 놓여 있습니다. 누군가 아무 때나 집에 와도 문을 열 수 있게 그곳에 놓아둔 것이죠. 아버지가 일 나간 새에 객지 나간 아들, 딸이 오게 되면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금방 방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돌아 가시고난 지금도 열쇠는 늘 그 자리에서 자식들을 기다립니다.

 

지금 집 대문은 전자식입니다. 번호를 누르기만 하면 쉽게 대문을 열 수 있습니다. 열쇠를 가지고 다니는 번거로움을 없애 좋긴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식구들은 저마다 문 열리기 기다리는 시간조차 아까운지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문에서 들리는 띠-띠-띠- 하는 짧은 신호음이 초인종을 대신하고 있죠. 그 소리를 듣고 현관까지 나가기도 전에 외출했던 사람은 이미 들어와 있습니다.

종종 옛것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사람 소리를 듣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시간. 안에서 나올 사람을 그려보기도 하고 언제 나올지 상상해보기도 하는 단 몇 초의 시간. 사람을 기다리고 마중한다는 것 또한 얼마나 설레고 즐거운 일인가요? 가끔은 기계문명에 그런 사소한 즐거움마저 뺏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느림의 여유가 그리워집니다. 아직도 서랍엔 열 수 없는 열쇠 꾸러미가 있습니다. 물건을 찾다가 마주치면 거추장스럽긴 하지만 그것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재건축사업으로 이전에 살던 곳을 헐게 되었습니다. 열 수 없는 열쇠, 그야말로 쓸모없는 열쇠가 되었는데도 그것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같이 했던 세월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 집에서 아이들은 유치원 시절을 보내고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경쟁이라는 힘든 세상 속으로 나가기 전 행복했던 시절을 함께한 집이었죠. 열쇠 구멍을 통해야만 들어갔던 집. 이제 그 자리를 찾을 길 없지만 대신 그리움의 꾸러미를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든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위안의 열쇠 꾸러미를 만들어야 합니다.

출처:행복한가

 

귀밑까지 잘랐던 머리가
어느새 어깨까지 자라 자꾸만 뒤집어진다.
차가운 바람을 막기 위해 껴입었던 옷들을
이제 옷장 속으로 넣는다.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설레던 마음이
이제 내리는 꽃비에 설렌다.
계절은 변하고 다시금 돌아온다.
민들레꽃은 날아갔고,
그 씨앗들은 다음 봄을 기다리며 땅에 숨었다.

차갑고 하얗게 변했던 모든 것들의
색이 돌아오고 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 이제 봄이다.
그러니 돌아왔으면 좋겠다.
이맘때 내가 사랑했던 당신도.

-서신애 에세이, <마음의 방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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