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에 의한 것도 아니고,

나만 알아도 되는 ‘나를 위한’ 즐거움이 필요해요.

 

사실 꽃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실용적이지도 않아요.

그렇지만 꽃을 사고 꽂아 두는 행위에서

저는 '나를 위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그 행위를 존중하면서 나에게 초점을 맞추는 일이니까요.

 

굳이 ‘꽃'이 아니더라도 각자에게 나를 위한 무언가가 있을 거예요.

그 무언가가 화분이 될 수도, 음반이 될 수도,

아니면 어떤 경험일 수도 있겠죠.

 

누구나 어떤 것이든 남보다는 '나'라는 존재에 초점을 맞추고

나를 위한 즐거움을 누리면 좋겠어요.

 

- 오디너리스쿨 저, <지금은 나를 위해서만>

유년 시절을 생각해 보면 항상 무언가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삼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서 그런지, 예쁘고 순한 언니나 귀염둥이 막내아들을 제치고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자신을 증명해야 했죠.

공부를 잘하든, 부모님 말씀을 잘 듣든, 애교가 많든.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고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무언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성인이 되어서도 떠나지 않고 자신을 계속 괴롭혔어요.

 

더는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에 기대던 아이가 아니라

훌쩍 큰 어른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압박감은

어른이 된 저에게 또 다른 성공을 요구해요.

남들이 대단하다고 해 주는 직업적 성공이나 사회적 성공.

그런 성공을 이루기 위해 저는 또 압박감에 시달리죠.

 

게으르면 안 돼.

낙오되면 안 돼.

 

이런 압박감으로 시간을 허투루 쓰거나, 효율이 높지 않은 일을 하는 날에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어도 스트레스가 컸어요.

내 삶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으니까요.

 

좀 더 일찍 일어나야 해.

책도 많이 읽어야지.

부지런하게 살아야 해.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바라보니, 스스로 만들어 둔 촘촘한 인생 시간표에 따라,

스스로 정한 인생 기준에 따라, 쫓기듯 삶을 맞추고 있었어요.

'무언가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은 내가 아무것도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고 말거리는 무언의 압박이었어요.

나의 존재 이유가 무언가 되어야 분명해진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사실 제가 듣고 싶었던 한마디는 이런 것인지도 몰라요.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괜찮아. 너 자체로 충분해."

 

- 오디너리스쿨 저, <지금은 나를 위해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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