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한발 물러설 곳을 마련해 두는 습관이 있었다.
간절히 바라던 일을 결국은 이루어 내지 못하고
실패했을 때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일부러 내 모든 것을 내던지지 않았다.
내 마음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꿈과 현실의 중간 어디쯤 적당히 제 몸을 걸치고 살았다.
그건 스스로를 자책하며 공격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방어이자 대비이기도 했다.
그런 자조적인 비겁함은 금방 몸에 익숙해져 버려서 관성의 법칙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마음을 살뜰히 보살펴 주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을 견딜수록 아주 천천히 그리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제 한발 물러설 곳을 마련해 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닌 능력보다 더 멀리 나설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려 한다.
작은 일이라도 하나씩 이루고 해내며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갈 곳을 마련해 두어야겠다.
– 김해안 <시선이 닿는 모든 순간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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